[기고:김세연 여성기자단] "편리가 곧 혁신입니다." 금호미술관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 전시가 전하는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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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세연 여성기자단] "편리가 곧 혁신입니다." 금호미술관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 전시가 전하는 가치
  • 김세연 대한민국 여성기자단
  • 승인 2020.01.0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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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를 가장한 복잡함이 아닌 진정한 편리를 위하여
금호미술관 1층 공간에서 / 여성기자단 김세연 촬영
사진 = 금호미술관 1층 공간에서 / 여성기자단 김세연 기자

[우먼포스트] 여성기자단 김세연 기자 = ‘복세편살’,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자꾸 무언가가 더해지고 많은 것을 바라는 세상에서 이런 신조어라도 없으면 살 맛이 날까. 가끔은 세상의 흐름을 무시하고 이런 신조어의 흐름대로 하루를 즐기고 싶었다. 그렇게 학교가 나를 놓아준 시점이 왔고, 편하게 내 스스로를 즐기고 싶다는 마음은 내 발길을 미술관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티켓 사진 / 여성기자단 김세연 촬영
사진 = 전시회 티켓 / 여성기자단 김세연 기자

잘못 들어갔다.

내 목적지는 국립현대미술관이었으나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내 손에는 ‘금호미술관(KUMHO MUSEUM OF ART)’이라는 다섯 글자가 박힌 티켓이 있었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 이 실수는 내 마음속 좀 더 깊은 곳을 파고들었다. 박노해 시인이 말씀하셨듯 잘못 들어선 길이 아니라 그냥 새로운 길이었고, 나는 새로운 길 속에서 깨우침을 주는 어떤 사실들과 마주했다.

1층 입구, 그리 넓지 않은 미술관에 그닥 많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이라는 주제로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고, 설명을 들으며 관람을 할 수 있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듣기 위해 부리나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층으로 갔다. 11시, 15시, 16시 30분 총 3차례 진행되는 도슨트 프로그램 중 운 좋게 마지막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었다.

 

사진 / 여성기자단 김세연 촬영
사진 / 여성기자단 김세연 기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미술관의 벽이었다.

원, 삼각형, 사각형의 기본형태를 토대로 다양한 창의력을 가미해 꾸며져 있었고, 작품들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전시작품은 배경과 어우러질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일까? 아무 무늬 없는 벽이었다면 작품들과 별로 안 어울렸겠다는 생각은 이미 현재의 벽의 매력에 빠져버린 나의 심리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비용을 지불하고 오는 관람객들에게 그 디테일과 섬세함은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슈테판 베베르카의 키친트리 작품 / 여성기자단 김세연 촬영
사진 = 슈테판 베베르카의 키친트리 작품 / 여성기자단 김세연 기자

기본에 충실한 듯 하면서도 그 속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전시들이 줄을 이었다.

스승과 제자가 각각 만든 작품이 평범한 스탠드일지라도 그를 통해 교육의 영향력을 알아볼 수 있었고, 슈테판 베베르카의 '키친트리'를 통해서는 동선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효율성도 엿볼 수 있었다.

요즘 우리는 귀차니즘이라는 단어를 현대사회의 문제점인 양 희극적인 요소로 사용하고 있지만, 결국 조금 더 편리하고 간단한 생활을 하고자 하는 욕구의 시작은 효율적인 도구를 향한 갈망뿐만이 아니라 귀차니즘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마치 자취생인 내게 침대와 냉장고가 가까웠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단순 효율성을 위함이 아니라 귀찮음이라는 감정에서 비롯된 것처럼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내가 인상 깊게 본 모든 작품은 간편함과 간단함을 추구했다. 샤를롯 페리앙의 부엌은 부엌에서 바로 거실로 음식을 내보낼 수 있는 창문을 통해 주방계의 혁신을 이뤄냈다.

이 또한 동선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에서 고안되었고, 오늘날 음식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가 되었다. 주방에서 음식을 요리한 후 그 창문을 통해 홀 직원에게 전달하면 바로 서빙할 수 있는 구조, 이 구조가 아니었다면 더 많은 노동량과 이동 거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캔틸레버 방식을 도입한 의자 / 여성기자단 김세연 촬영
사진 = 캔틸레버 방식을 도입한 의자 / 여성기자단 김세연 기자

캔틸레버방식도 마찬가지였다.

포털사이트에서는 이를 ‘한쪽 끝이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로 되어 있는 보’라고 정의한다. 사진 속 중간부에 있는 검은 의자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의자의 다리는 4개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불안정에서 오는 쾌감과 스타일의 단순화를 꾀한 방식이다. 별생각 없이 주변에서 흔히 보았던 구조들은 이렇게 깊은 고뇌 속에서 탄생했던 것이다.

금호미술관 지하 1층의 한 면을 장식하고 있는 '바이센호프 주택단지'의 건축가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는 말했다.

“Less is more.”

적은 것이 오히려 더 풍부하다. 즉, 간편하고 효율적인 것을 추구할수록 위대한 것이 탄생한다는 것이 그의 가치관이었을 것이다.

우리도 편리함을 위한다는 그늘아래 계속 무언가가 더해지는 세상을 살고 있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진정한 간편함을 외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외침을 외면하지 말고, ‘복세편살’이라는 말을 단순히 현실사회를 부정하기 위한 현대인들의 몸부림이 아닌 혁신을 향한 밑거름으로써 반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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